한국과 일본, 같은 아시아에서 나고 자란 축구지만, 지금 유럽 무대에서 두 나라의 운명은 사뭇 다르게 흘러가고 있다.
예전엔 서로 비슷하다고 여겼던 실력 차이가 이제는 점점 뚜렷해지고, 숫자로도, 체감으로도 그 격차는 분명하게 느껴진다.
한국 국가대표 해외파는 18명. 이 중 유럽 5대 리그에서 뛰는 선수는 손흥민, 황희찬, 이강인, 이재성 단 4명뿐이다.
반면 일본은 27명 중 22명이 해외파이고, 그중 15명이 유럽 5대 리그 1부 구단 소속이다. 리버풀, 프라이부르크, 브라이튼, 라리가, 세리에A… 구단 이름만 들어도 무게감이 느껴진다.
무엇보다도, 일본 선수 대부분이 주전으로 출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이제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무대의 깊이와 선수의 활용도까지 포함된 ‘질적 차이’가 이야기되고 있다.
일본의 해외파는 모두 유럽 구단 소속인 반면, 한국은 아직도 중동 리그에 5명이 남아 있다. 유럽 5대 리그뿐 아니라 유럽 전체 1·2부 기준으로 보더라도 일본은 68명, 한국은 절반에 못 미친다.
왜 이렇게 되었을까. 실력도 중요하지만, 더 중요한 건 시스템과 문화다.
일본은 이미 1960년대부터 외국 지도자를 적극 영입해 체계적인 육성과 운영 구조를 만들었다.
일본은 크라머 감독을 통해 기본기를 다지고, 유소년부터 프로까지 일관된 흐름을 만들어왔고 협회는 축구인 출신 중심으로 꾸려져, 투명성과 전문성을 확보했다.
반면, 한국은 같은 크라머 감독을 데려와놓고도 내부 텃세와 폐쇄적인 분위기 속에 1년도 못 가 내보냈다. 축구계에는 여전히 상명하복 문화와 학연 중심의 파벌이 남아 있고, 협회는 28년째 비축구인 중심의 장기 집권 체제다.
클린스만 선임 및 경질 과정에서도 그 한계는 여실히 드러났다.
일본은 현재 45세의 젊은 회장이 축구협회를 이끌고 있다. 월드컵을 뛰었던 선수 출신에, 국제 스포츠 지도자 교육과 S급 지도자 자격까지 갖췄다. 한국 축구협회의 경우, 현재 회장은 축구 경험이 전무한 재벌 출신으로, 10년 넘게 자리를 지키고 있다.
결국 이 차이는 유럽 명문 구단들의 선택에서 드러난다. 선수 개개인의 실력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길러내는 시스템이 없다면 유럽은 외면할 수밖에 없다. 축구계 내부 풍토, 협회의 구조, 지도자의 선발 기준까지 — 모든 게 바뀌지 않으면 한국 축구는 더 뒤처질 수 밖에 없다.
우리는 더 많은 손흥민을 바라고 있지만, 그 이전에 바꿔야 할 것이 너무 많다. 진심으로 축구를 위한다면, 이제는 스코어가 아닌 시스템을 먼저 봐야 할 때다.
한일전 성적만 봐도 변화의 흐름은 분명하다.
1990년 이전까지 48경기에서 30승 11무 7패 (승률 71%)였던 한국은,
1990년 이후 33경기에서 13승 8무 12패 (승률 39%)로 주저앉았고,
2000년 이후 19경기에선 7승 5무 7패 (승률 50%)로 균형을 이루는 듯했으나,
최근 10경기만 보면 3승 2무 5패로 승률 30%에 머물고 있다.
점점 일본이 앞서가고 있는 지금, 우리는 여전히 “예전엔 우리가 더 잘했는데…”라는 과거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닐까? 이제는 현실을 직시하고, 바꿔야 할 때다. 진짜 위기는 ‘지는 것’이 아니라 ‘왜 지는지 모르는 것’ 일지도 모른다.
일본만큼은 꼭 이겨야 한다고 생각하는 1인이지만, 요즘 한국 축구를 보면 ‘정말 이길 수 있을까?’라는 생각부터 드는 게 현실입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지만, 인정해야 하는 이 상황 자체가 더 씁쓸하네요. ^^
이젠 가슴이 아니라 머리로 축구를 할 시간입니다.
출처 : 마이데일리 손태규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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